Monday 9 March 2020

이탈리아 확진자 한국 추월, 왜?…‘과잉 검사’ 논란도

이탈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8일 기준 7000명을 넘어서며 한국의 확진자 수를 추월했다. 코로나19의 발원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치사율도 5%에 육박하며 세계보건기구(WHO) 추정 치사율보다 높다. 중국과의 빈번한 교류와 높은 고령자 비율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에서는 ‘과잉 검사’ 논란도 일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 당국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국 누적확진자 수가 737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대비 1492명(25%) 늘어난 수치다.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확진자가 보고된 이래 하루 기준 가장 큰 증가폭이다. 사망자도 전날보다 133명(57%)이나 늘어 366명으로 나타났다. 4.96%에 달하는 치사율로 WHO가 발표한 전세계 코로나19 치사율(3.4%)보다 높다. AFP통신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한국보다도 더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의 원인으로는 중국과의 밀접한 경제 교류가 손꼽힌다. 이탈리아의 확진자는 대부분 북부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 등에 집중돼 있다. 패션산업의 중심지인 북부는 섬유 등 분야에서 중국과의 교류가 빈번한 곳이다. 다수의 중국인이 이탈리아에서 섬유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과의 활발한 인적 교류가 바이러스 대규모 확산 사태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두 번째로 많은 감염자가 발생한 베네토주에서 최초 전파자로 의심받던 중국인 사업가 8명이 음성 판정을 받는 등 인과관계를 특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높은 치사율은 높은 고령인구 비율 탓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의 65세 이상 노령층 비율은 23%로 전세계에서 두 번째다. 유럽 내에서는 가장 높다. 전문가들은 기저질환을 가진 노인들이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이탈리아의 사망자 대다수는 63~95세 노령층에 집중돼 있다.
이탈리아 당국의 적극적인 코로나19 진단검사도 확진자 폭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일 기준 중국 외 국가 중 이탈리아는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당국이 현재까지 검사한 인원은 5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적인 진단 검사를 두고 정쟁도 벌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롬바르디아주는 극우 성향의 동맹당 소속 아틸리오 폰타나 주지사가 이끌고 있다. 주 당국은 무증상 접촉자들까지 철저히 추적해 적극적인 진단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으로 구성된 집권연정을 이끌고 있는 주세페 콘테 총리는 롬바르디아 주정부가 과도한 진단 검사로 확진자를 늘려 위험을 부풀리고 정권을 흔들려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집권 세력이 전염병 창궐의 정치적 책임을 덜기 위해 검사 기준을 꼬투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비상이 걸린 이탈리아 정부는 현재 롬바르디아주 등 북동부 16개주를 봉쇄하는 행정명령안을 마련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가족 방문이나 중요한 업무 목적을 제외하면 출입이 금지된다. 방역 전문가인 박찬병 서울서북시립병원장은 “경증 환자들의 경우 어떻게 이동했는지 역학 조사만으로는 밝혀내기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며 “결국 확진자가 집중된 지역이나 도시를 봉쇄해 다른 지역으로 더 퍼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형민 정현수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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